read2009/07/01 12:43
*스포일러 투성이임을 경고함.

<나의 삼촌 오스왈드> 로알드 달 지음 / 정영목 옮김 / 강 펴냄

마르셀 프루스트, 앙리 마티스, 지그문트 프로이트, 버나드 쇼. 열일곱에 치명적인 미약(媚藥)을 발견한 오스왈드와 그 일행에게 사기를 당한 희생자들의 명단 중 일부(!)다. 위키피디아 영어 페이지에 "My Uncle Oswald"를 키워드로 넣으면, 친절하게도 소설에서 언급된 유명인들이 순서대로 나열된다. 철저하게 부도덕하고 이윤과 향락만을 추구하는 오스왈드는 이 미약을 이용해 스물이 되기도 전에 백만장자가 되는데, <나의 삼촌 오스왈드>는 오스왈드를 '평생 한량'으로 만든, 대담하고 섹시한 사기극의 전모를 폭로한다.
책은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오스왈드가 백만장자가 된 사연(과 그 사이의 여성편력들)을 풀어놓는다. 우선, 열일곱의 오스왈드가 수단에서 미약을 발견한 이야기다. 원료는 흙가뢰라는 곤충인데, 말려서 빻은 가루는 핀머리에 겨우 올라갈 만큼만 먹어도 80 먹은 노인도 9분 만에 섹스머신으로 변신시키는 위력의 무기다. 오스왈드는 이 약을 환으로 만들어 사교계에 보급함으로써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다. 그러나 서른 이전에 백만장자가 되기로 마음 먹은 그는, (그는 서른 뒤로 돈을 벌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다음 계획을 찾아 촉수를 곤두세웠고, 소설의 두번째 이야기는 바로 그 '한탕'에 대한 이야기다.
오스왈드의 한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한때 섹스파트너였던 마력의 여인 야스민과 케임브리지 화학과 교수인 워슬리다. 신분을 위장한 야스민이 미약이 소량 들어간 초콜릿을 세기의 천재들에게 먹이면, 그들은 9분 뒤 야스민을 탐하게 된다. 이성으로 일관하는 지식인도, 밀고당기기로 유수한 여인들을 울렸던 예술가들도 한번 미약을 섭취하면 온신경이 남성의 그곳에 몰려 다른 생각은 할 수 없게 된다. 야스민이 발정한 남자들을 한껏 애태우다 콘돔을 씌워 행위를 마치고 정자를 가져오면 임무 끝. 천재의 어머니가 되고픈 부유한 여인들은 앞다투어 냉동된 정자를 사간다.
소설은 이 발칙한 활극 중 '야스민의 정자 수집과정'을 정성스레 기술한다. 유명인들과 야스민이 벌이는 육탄전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단연 이 소설의 매력. 프루스트에게 접근하려고 야스민이 남장을 하는 이야기나, 피카소에게는 미약도 필요 없었다던지, 왕족일 수록 움직이지 않으려고 해서 몸 대신 침대가 움직였다던지 하는 맞춤형 에피소드들은 똑같은 과정의 반복이라도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특히 야스민이 "남자들이 저만 보면 강간하려고 해요"라고 호소할 때, 프로이트가 "아가씨는 강간 환상에 사로잡힌 처녀라오"라며 점잔을 빼는 대목은 9분 뒤 벌어질 상황과 대비를 이루며 폭소를 뽑아낸다. 로알드 달 특유의 글맛에 반전 또한 아름다운, 마지막까지 만족스러운 소설이다.

+
1.

그림은 <나의 삼촌 오스왈드>의 미국판 표지. 표지의 그림이 요염하게 그려진 흙가뢰다. 진짜 있는 곤충일까?
로알드 달의 단편집 <맛> 중 <손님>에 오스왈드의 일화가 먼저 소개됐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못 읽어봤음.


2.
로알드 달을 처음 만난 건, 어린이용 소설 전집 메르헨 속 한권이었던 <초콜릿 공장의 비밀>이었다.
어쩜 그렇게 이야기가 환상적일 수 있는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오히려 실망스러웠을 정도.
그 뒤엔 그가 영국 전투기 조종사로 2차대전에 참전했을 때의 기억이 바탕이 된 단편집 <개조심>을 읽었다.
그리고 다시 장편 <나의 삼촌 오스왈드>로 이어졌는데, 개인적 취향으로는 로알드 달은 단편이 더 뛰어난 듯.
가끔 메르헨을 읽던 시절이 그립다. 메르헨, ACE, ABE로 이어졌던 책읽기가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의 <크라바트>나, 아스트리트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여전한 나의 베스트.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큰 숲, 작은 집> <초원의 집> <우리 읍내> 3부작도 잊을 수 없다.
생각해보면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당시 나의 취향은 엘프나 드워프 쪽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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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안냥
wise / wide2009/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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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안냥